중국까지 나서서 사상 최고 수준의 압박을 했지만(하는 척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막진 못했다. 이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는 사실은 김정은에겐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하긴 김정은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핵 포기를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핵무기를 없애겠다고 하면 북한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서 잘하면 매년 10억 달러 미만의 경제지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줄진 모르겠지만, 손에 쥔 카드가 없으니 주는 대로 받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원조도 공짜는 아닐 터. 개혁개방으로 나오면 더 많이 주겠다고 할 텐데 체제 유지에 독인 줄 뻔히 알면서 쉽게 먹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민들이 더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한 김정은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는 핵무기를 만든 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물론 김정은에겐 체제 유지가 제일 중요할 터. 인민생활 개선을 두 번째 과업 정도로만 여겨도 고맙겠다.
만약 내가 인민의 허리띠를 풀려는 진심을 갖고 있는 김정은이라면 핵무기를 가진 뒤 제일 먼저 과감한 군축을 제안할 것이다. 전쟁 억제력은 가졌으되 남침 의사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20만 명인 북한군을 60만 명 선으로 확 줄일 테니 한미연합군도 확 줄이고 평화협정을 맺자고. 이건 정말 대단한 파격이다. 절약하는 국방비만 어마어마하니 미국이나 한국이 모르는 척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사실 응하면 바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출산율이 급감한 바람에 북한군은 향후 10년 뒤엔 30만 명 이상 자연 감축하게 돼 있다. 그나마 142cm짜리부터 입대시켜 머릿수를 채워 놓은 병력도 영양실조로 30% 정도는 구실을 못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가만 두어도 병력 60만 명밖에 유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김정은이면 먼저 시범을 보인다면서 병력을 확 줄일 것이다. 어차피 유지도 못할 판인데. 최근 평양 3000가구 건설에서 보다시피 북한은 국력을 총동원해도 한국의 30대 건설회사 하나의 능력에도 못 미친다. 이런 북한이 국방비를 반으로 줄이고, 수십만 청년을 경제회생에 돌린다면 이는 올핸 한국에서 몇 푼 받을까 고민하는 신세에 비할 바 없는 이득이다.
개인적으론 이왕 핵무기 보유 결심이 확고하다면 빨리 끝냈으면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피해 볼 인민도 생각하고, 제재하느라 피곤한 남쪽도 좀 생각해서 말이다. 한데 유감스럽게 능력이 안 되나 보다. 3차 핵실험은 이왕 하는 김에 한꺼번에 몇 차례의 실험을 동시에 할 줄 알았는데, 장약량만 늘리면 위력을 얼마든지 높이는 단순 실험만 했다. 진도가 2차와 별 차이 없다. 핵 놀음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생각하니 벌써 피곤하다.
끝으로 김정은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북한 처지에 핵무기를 만들고도 군축을 안 하면 그건 핵을 부둥켜안고 망한 선배님들 따라 가는 길이라는 것을. 핵무기만으론 절대 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진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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