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학사 비리’ 교육감 음독… 직선제 이대로 둘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충남도교육청의 장학사 선발시험 비리와 관련해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던 김종성 충남도교육감이 어제 음독을 했다. 김 교육감은 충남도교육청 장학사들이 돈을 받고 장학사 선발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아 왔다. 김 교육감의 음독이 결백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혐의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문제 유출은 교육감의 직접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거나 김 교육감이 개입한 증거를 경찰이 확보했다는 등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교육감은 경찰 조사에서 “문제 유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으나 비리 장학사들이 사용했던 14대의 대포폰(타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 중 일부를 썼던 사실은 시인했다. 지역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무엇을 숨기려고 대포폰을 썼는지 의아하다.

충남도교육청은 전임 교육감 2명이 비리로 도중하차한 데 이어 세 번 연속해서 교육감이 비리에 연루됐다. 전임 오제직 교육감은 2008년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됐으나 사전선거운동으로 자진 사퇴한 뒤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00년 취임한 강복환 전 교육감은 승진 후보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물러났다.

교육감 비리는 충남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8명이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이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은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이 어제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으로 불리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역시 부당 승진에 개입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상대 후보를 매수한 죄로 교육감 직을 잃고 복역 중이다.

직선제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들은 많게는 30억 원이 넘는 선거자금을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증언도 있다. 낙선한 한 교육감 후보는 “재벌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돈이 든다”고 털어놨다. 평생 교사나 교수로 일한 사람들이 이렇게 큰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충남도교육청 비리도 내년 교육감 선거를 위한 자금 마련이 목적이라는 얘기가 떠돈다. 선거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는 ‘논공행상’도 해 줘야 한다. 이처럼 교육감 비리는 구조적이다. 직선제 이전에 시행됐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에 의한 간접선거에서도 ‘돈 선거’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비리를 부채질하는 교육감 선거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때다.
#장학사#교육감#직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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