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견제와 균형’ 부족한 인사, 성과로 증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조각(組閣)과 첫 청와대 인선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적재적소의 인재 배치와 탕평인사를 기다렸던 국민은 실망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찔끔찔끔 하는 바람에 인사의 큰 틀이 헝클어져버렸다.

내각의 수장인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청와대 참모진을 이끄는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은 PK(부산·경남) 출신으로 경남중 동창에다 성균관대 법학과를 1971년 같은 해 졸업한 사이다. 국정 운영의 두 기둥인 총리와 비서실장이 같은 지역 출신에 같은 중학교와 대학까지 졸업한 것은 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빚어진 불가피한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내각과 청와대의 핵심인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같은 성균관대 법대 출신이라는 것도 상식과는 거리가 먼 조합이다. 민정수석은 청와대와 공직사회의 복무기강을 다잡고 대통령 친인척 비리도 감시해야 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성균관대 법학과 77학번, 곽상도 민정수석은 79학번이다. 김대중 정부 ‘옷 로비’ 사건이 김태정 검찰총장과 박주선 대통령법무비서관 등 사정(司正) 라인을 광주고 출신들이 장악하면서 빚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형님’ ‘동생’ 하는 관계라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인 이규성 씨 밑에서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한 뒤 국고국장을 거쳐 세무대학장(1급)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경제부처 장차관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현 부총리 후보자가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의 컨트롤 타워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숱한 경제 현안과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적지 않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여러 가지 비리 의혹에 휘말려 있다. 자잘한 의혹은 차치하고 2008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끝으로 예편한 지 2년 만에 율곡사업 비리에 연루된 외국계 무기중개업체의 비상임 고문으로 간 것만으로도 국방부 장관감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인사청문회의 철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로 곤욕을 치렀다. 박근혜 당선인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인사는 그때보다 훨씬 더 특정 학교 편중이 심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인사를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당선인은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이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특정 세력이 전횡하는 조짐을 보이면 엄중하게 다잡아 이번 인선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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