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사실상 국민에게 작별을 고하는 퇴임 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재임 5년은 ‘가장 보람되고 영광된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과 국민 모두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몰려오고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했을 때였을 듯하다.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재임 중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했을 정도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정상 외교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다진 정상들 간의 신뢰가 경제와 안보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가신용등급이 올랐고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졌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한국이 주도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국제기구화로 국격(國格)을 높였다. 한미, 한-유럽연합(EU),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경제영토도 개척했다.
그러나 내치(內治)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양극화의 심화로 서민의 고통이 커졌다.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과 대규모 홍수 및 가뭄에 대비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너무 급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과 함께 설계, 시공, 관리에도 부실이 드러났다. 인사(人事)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고, 5년 내내 ‘소통 부족’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인척과 측근 비리,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의 부적절한 매입은 큰 흠이다. 특히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구속)이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떨쳤음에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결국은 형제가 함께 오명(汚名)을 남겼다. ‘북핵 폐기 없인 지원도 없다’는 일관된 대북정책은 찬반이 엇갈린다.
이제 닷새 후면 이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가 ‘전임 대통령’으로 살아가게 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후 대체로 불행하거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 대통령은 현실정치와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 대신 재임 중 쌓은 해외 지도자들과의 친분과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 자원외교 같은 경험은 계속 살릴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 대통령의 지원이 필요할 때는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하기 바란다. 우리 헌정사에서 볼 수 없었던 퇴임 대통령의 새로운 성공 모델과 전·현직 대통령의 아름다운 상생(相生)문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