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되살아나고 있다. 2011년 5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뒤 “알카에다를 물리칠 날이 머지않았다”고 했던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과는 한참 거리가 먼 상황이다.
현재 알카에다의 주무대는 아프리카이다. 알카에다북아프리카지부(AQMI)는 말리에서 프랑스·말리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고, 지난달 8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알제리 인질 사태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북한 의사 3명을 살해한 테러조직 ‘보코하람’, 외국인 근로자 7명을 납치한 ‘안수르’도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파악된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바뀌고 있다‘며 ‘아프리가니스탄(Afrighanistan)’이라고 표현했다.
중동에서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시리아 반군단체 ‘알 누스라 전선’이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라크와 예멘 등지에서도 알카에다 관련 테러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태국 정부가 12일 “알카에다가 치앙마이 주재 미국대사관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영사관 경계를 강화하는 등 동남아시아에도 알카에다의 손길이 미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알카에다를 공적으로 삼아 12년 동안 집중적인 소탕작전을 벌였다. 빈라덴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아프간과는 전쟁까지 했다. 그런데도 알카에다가 사라지기는커녕 세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먼저 알카에다는 단일 조직이라기보다는 이슬람 과격단체의 네트워크형 조직이라는 특징이 있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국가에 알카에다 관련 조직이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알카에다 본부가 연계 단체에 돈을 대주고, 대원을 훈련시켜주면 이들이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 전투를 벌인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는 ‘다른 조직의 성과 가로채기’를 통해 세를 늘리기도 한다.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입수한 AQMI 지도부의 회의록를 보면 AQMI는 당초 말리의 토착 이슬람 반군세력을 돕다가 이들이 말리 북부를 장악하자 태도를 바꿔 이들을 몰아내고 말리 북부를 차지했다.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 등의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알카에다가 무기를 대량 취득한 것이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알카에다의 위협은 한국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2010년 빈라덴은 측근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 등의 미국 시설에 집중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경찰대 부설 치안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치안전망 2013’에서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단체가 한국의 해외 주요공관과 기업,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테러를 가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행히 아직은 이런 위협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세계화된 세상이지만 ‘알카에다의 세계화’에서 만큼은 한국이 예외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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