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말 해외 누적 판매량 4830여만 대를 달성하고 다음 달에는 500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1975년 기아자동차가 ‘브리사 픽업’ 10대를 카타르에, 1976년 현대자동차가 국내 첫 완성차 모델인 ‘포니’ 6대를 에콰도르에 수출한 지 38년 만의 쾌거다. 1966년 정주영 창업주가 미국 포드차 조립으로 회사를 시작한 지 40여 년 만에 현대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이어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로 우뚝 섰다.
1986년 미국 시장에 ‘엑셀’을 처음 수출했을 때만 해도 현대차는 ‘바퀴 달린 깡통’ ‘장난감 자동차’ 같은 조롱을 받을 정도로 품질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에 대한 집념과 ‘10년 10만 마일’ 보증프로그램 등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대형 고급차 ‘에쿠스’가 미국 JD파워의 상품성 만족도에서 BMW 벤츠 렉서스를 물리치고 1위를 하는가 하면 ‘소나 타는 차’로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쏘나타도 중형차 내구성 1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엔 국내외 환경이 엄혹하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엔화를 무제한으로 풀면서 한국 제품의 수출 가격이 올라가고 채산성이 떨어져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조선 시멘트 철강 정보기술(IT) 등 9개 주요 업종의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2015년까지 분야별로 3∼5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 국정연설에서 미국을 ‘일자리를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들겠다며 그중에서도 ‘제조업의 르네상스(부활)’를 강조했다. 가히 21세기 ‘신(新) 산업 통상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각국이 산업 육성과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판매한 자동차 5000만 대 중 3분의 2는 국내에서 생산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자동차산업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일자리는 175만 명, 자동차산업의 무역흑자는 617억 달러로 전체 무역흑자 285억 달러의 2배를 넘었다. 일자리와 경기 회복이 절실할수록 국내 기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현대차의 오늘이 있기까지 수출품보다 낮은 품질의 자동차를 비싼 값에 사준 국내 소비자의 사랑과 각종 정책, 금융으로 도와준 정부가 있었다. 현대차 노사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사회적 책임도 무겁게 여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