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 풍경이다. 하루 일을 마친 아낙들 개펄에서 나오고, 동네 삽살개 더펄거리며 갯가로 마중 가는 저녁 때. 고기잡이배들도 돌아올 테다. ‘바다 건너 화포 마을 포구에는 닻을 내린 어부들이/막사발 부딪는 소리, 뱃전에 끼륵이는 갈매기들 소리.’ 와온은 순천만 산기슭 아래 있는 포구마을. 만(灣)이란 ‘바다의 일부가 육지로 휘어들어가 있는 부분’이니 바다 건너편에 다른 포구마을들이 있을 테지. 바다 건너에서 막사발 부딪는 소리가 실제로 들릴 리 없고, 상상이다. 그 소리와 고기잡이배들에 몰려든 갈매기들 울음소리를 상상의 힘으로 끌어당겨 소리와 풍경의 입체감이 증폭된다.
‘속옷 갈아입는 듯/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니 근사한 비유다. 속옷을 갈아입으려면 일단 벗어야 한다. 그래서 뻘밭은 맨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바닷물이 들다 나다 하는 것을 ‘속옷 갈아입는 듯’하다니! 시 속의 시간은 고정돼 있지 않고, 저녁에서 밤으로, 아침으로 흘러간다. ‘밤새 깊은 고뇌에 찬 듯 쏴아 쏴아/한숨을 내’쉬는 바다. 시인은 파도소리에서 고뇌에 찬 한숨소리를 듣는다. 시인 자신의 고뇌? 아니면 시인이 포구마을 사람들 삶에서 느낀 고뇌? 인생살이에 짜뜰름거리며 따라붙는 이런저런 자잘한 고뇌들…자잘한 거면 좋으련만…마지막 행이 좋다. 어쨌든 다행스러운, 아침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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