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정보원장에 내정함으로써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팀의 진용이 갖춰졌다. 군인 정신이 투철하고 원칙에 충실해 ‘생도(生徒) 3학년’이란 별명을 가진 남 전 총장을 국정원장에 지명한 것은 박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안보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엔 정치인, 법조인, 학자, 관료 출신보다는 군 출신이 국정원장에 더 적임일지 모른다.
이명박(MB) 정부의 국정원이 ‘아마추어’ 평가를 받은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었다. 서울시장이던 MB를 오랜 기간 부시장으로 보좌했던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4년간 국정원장을 지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포격 등 준전시 상황에서 우리 군과 국정원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발 징후에 대한 정보 수집과 판단, 활용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적정보를 활용한 대북정보 수집망(휴민트)의 붕괴로 인한 허점이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김정일 사망 이틀 후인 2011년 12월 19일 북한이 ‘특별방송’을 예고했는데도 발표 직전까지 그의 사망을 눈치조차 못 챘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서울 숙소에 몰래 들어갔다가 발각돼 흥신소보다 못하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은 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군과 청와대, 국정원의 안보태세를 재점검하고 쇄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국정원은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말에 걸맞게 대북(對北) 작전 및 첩보 수집 능력을 높이되 국내 정치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
육사 출신에다 노무현 정부 시절 나란히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3명이 안보분야 요직을 독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 후보자가 맡았던 합참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참모총장 자리를 곧바로 이어받은 사람이 김장수 대통령안보실장 내정자다. 박흥렬 대통령경호실장은 김 안보실장의 최측근으로 참모총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오랜 기간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끼리는 집단사고와 동료의식에 매몰돼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육군의 권력 독점으로 해·공군의 비판도 예상된다. 외교안보 라인은 독선과 독주의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안보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