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어제 청와대와 민주통합당이 정면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은 저의 국정 철학이고 국가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내일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대국민 담화가 나온 직후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재차 요청한 여야 대표 면담에 대해서도 “밥 먹고 사진 찍는 자리에는 가지 않겠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야당 설득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국민을 향해 호소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문 위원장이 직접 나서 박 대통령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린 것도 갈 데까지 간 모양새다. 양측이 퇴로를 열어두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화력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협상을 통한 타협이 가능하겠는가.
정부조직법 개편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비(非)보도방송 관련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여부다. 여야 실무협상에서 인터넷TV(IPTV)는 미래부로 이관하고, 위성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두기로 합의했으나 케이블방송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문제가 걸림돌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은 SO 인허가권은 방통위가 갖되 법률 제정 및 개정권은 미래부가 갖도록 제의했으나 민주당이 모두 방통위에 두어야 한다며 반대해 협상이 깨졌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막판에 엉뚱하게 방향을 틀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SO 문제는 규제와 진흥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방송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규제 쪽을 강조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방송통신의 융합을 통한 ICT 산업의 진흥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양쪽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로 규제 또는 진흥의 중요성을 내세우지만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국민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전체 정부 조직의 마비를 초래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인지도 명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양측의 대결은 내용을 떠나 기싸움 성격도 띠고 있다. 청와대는 임기 초부터 야당에 밀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야당은 청와대의 압박에 굴복할 수 없다는 태도다.
양측이 서로 강공으로 치닫다 보면 5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답답하다. 국민의 인내심도 이제 바닥에 이르렀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상대방을 굴복시키겠다는 오기와 자존심을 버리고 이해와 아량, 배려 같은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난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