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개학을 맞았다. 학생들은 신학기에 대한 설렘이 가득하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는 개학이 반갑지만은 않은가 보다. 4일 SNS에서는 “몇 년을 먹어도 역시 적응이 안 된다”, “배고파서 의지로 먹었다”, “우리 학교 급식이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교처럼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계속 올라왔다. 다름 아닌 학교 급식 이야기다.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밥투정쯤으로 생각하는 어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락을 싸 가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지금 학생들은 점심 저녁을 모두 학교에서 급식으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갖 맛있는 것들이 넘쳐 나는 세상인데 맛없는 급식 메뉴를 매일 꾸역꾸역 먹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SNS에서는 날마다 학생들이 올려놓는 ‘오늘의 우리 학교 급식’ 사진이 수도 없이 검색된다. 개중에는 ‘와, 학교 급식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 보인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맛깔나 보이는 메뉴로 가득한 곳도 있다. 학생들이 학교 급식 ‘끝판왕’(좋고 나쁘고를 떠나 ‘최고’라는 뜻의 인터넷 용어)으로 꼽은 곳은 목포제일여고와 용인외고가 대표적이다. 먹음직스러운 반계탕에 새콤해 보이는 오이소박이 등으로 이뤄진 목포제일여고 메뉴에 다른 학교 학생들은 “부럽다. 우리 학교 보고 있나?”란 질투 섞인 댓글을 달기도 한다.
또 경양식집에서나 나올 것 같은 두툼한 용인외고의 돈까스 사진에는 “한 끼에 3500원이라고 하던데 돈까스에 샐러드 수프까지 나온 걸 보면 원가(原價) 이상이 든 음식 같아 보인다”며 누리꾼들의 부러움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SNS에서 매일매일 그날 먹은 급식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다 보니, 맛없거나 부실 급식을 먹는 학교 학생들의 불만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A여고 학생들은 인터넷에 부실한 학교 급식 메뉴 사진을 올려놓고 “사랑하는 모교를 망신주려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우리가 이러겠나. 제발 맛있는 밥을 달라”며 사이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라면을 삶아 거기에 돈까스 소스 국물이나 카레 국물을 끼얹는 일이 다반사다. 양도 부족해 아이들이 매일 매점에서 따로 간식을 사서 배를 채운다”며 하소연했다.
학생들이 꼽은 ‘학교 급식으로만 나오면 이상해지는 메뉴 워스트 5’(괄호 안은 불만 사항)로는 샐러드(‘물이 90%고 드레싱은 10%’), 제육볶음(‘고기가 없거나 너무 질김’), 탕수육(‘고기를 튀긴 건지 튀김옷을 튀긴 건지’), 만두(‘속이 터져 나온 당면으로 낭자하다’), 부대찌개(‘남은 음식이 총집합되어 있다’)가 꼽힌다. 식기 부족을 이유로 식판의 오목한 홈에 음료 레모네이드를 담아 주는 학교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001∼2012년 학교 급식 식재료를 납품했다는 한 축산물 납품업자까지 인터넷에 “아이들에게 저질 급식을 먹이는 학교가 있다”고 고발했다. 시중가 쇠고기가 1kg에 2만 원가량인데, 학교는 1만2000원에 납품하라고 요구한다는 것. 그는 학부모들에게는 ‘친환경을 쓴다’고 하지만, 실제는 아닌 경우가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신학기를 맞아 학교 관계자들이 신경 쓸 일은 아이들 성적만은 아닌 것 같다. SNS에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3년 동안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다. 학교를 알리는 정보에 급식 메뉴 사진이라도 공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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