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이 당국자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다. 대우빌딩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부족한 청사 공간을 보충하기 위해 외교부가 일부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는 곳이다. 윤병세 장관 후보자의 임시 사무실도 이 건물 5층에 있다.
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는데도 아직 외교부 청사에 들어오지 못하고 대우빌딩으로 출근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표류하면서 정식 발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퇴임식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청사를 지키고 있는 김성환 장관도 앉은 자리가 불편하다. 외교부 직원들은 그런 김 장관과 윤 후보자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같은 보고를 하고 있다.
이런 ‘더블 플레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대우빌딩에 더 자주, 오래 머무느냐’를 놓고 뒷말까지 나온다. 대우빌딩 체류시간을 새 장관에게 줄 서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서로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주요 보직 인사가 결정되지 않았고 외교-통상 분리 방침이 확정되면서 어느 때보다 큰 폭의 인사이동이 예상된다. 내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외교관들은 인사 발령에 따라 장기 해외근무를 해야 하고 이에 따른 자녀 교육, 주거 문제 등이 걸려 있다. 인사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리더십 공백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외교부가 챙겨야 할 현안만 쏟아지듯 쌓여가고 있다. 발표가 임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대비, 최근 주한미군의 한국 경찰 폭행 사건으로 다시 뜨거워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 시한이 코앞에 다가온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등. 분초(分秒)를 다투면서 준비하고 처리해도 모자랄 민감한 업무들이다. 그러나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는) 요즘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기자가 느끼기에도 외교부는 너무 조용하다.
외교는 협상과 교섭의 상대가 있다. 상대만큼이나 우리도 충분히 계산된 전략과 준비가 필요하다. 새 정부의 외교 업무가 언제 본격 가동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지금의 속도로 우리가 준비를 마쳤을 때에는 이미 늦었거나 타이밍을 놓쳐 불필요한 외교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외교부 기자실에 앉아 이런 걱정이 기우(杞憂)로 끝나기만을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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