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겨울의 등을 떠밀고 있다. 올겨울(2012년 12월 1일∼2013년 2월 28일)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왔던 것 같다. 통계도 그렇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올겨울 평균기온이 ―2.9도로 평년 평균 ―0.4도보다 훨씬 추웠다. 전국적으로 눈비가 내린 겨울날은 평균 25.5일(평년 19.8일), 강수량은 평균 139.3mm(평년 88.9mm)로 모두 꽤 늘었다. 당연히 기상특보도 자주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럴 때는 으레 기상청이 ‘동네북’이 되기 마련인데 올겨울에는 기상청을 비난하는 소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예보를 잘했나.
▷기상청이 서울 예보만 놓고 성적을 매겨 봤다. 48시간 전에 하는 단기예보정확도는 94.3%, 7일 전에 하는 주간예보정확도는 88.7%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눈이나 비가 온다고 며칠 전에 예보했느냐를 따지는 ‘선행일수’도 평균 4.7일 전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예보선행일수가 늘어나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방재효과는 높아진다. 궁금한 건 한국 예보능력의 국제 수준. 세계 6위권이라는 게 기상청의 주장이다. 1등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이고 영국 일본 미국 프랑스 순. 2005년만 해도 10위권이었는데 짧은 시간에 캐나다 독일 중국 호주를 제쳤다니 놀랍다.
▷2006년 5월 황사예보를 잘못해 기상청장까지 나와 공개사과를 하고, 2008년 7월에는 6주 연속 예보가 크게 빗나가 망신당했던 걸 기억하면 미심쩍긴 하다. 그러나 2010년 5월부터 쓰는 예보 강국 영국의 수치예보모델 덕분이라면 이해가 간다. 수치예보모델이란 기상관측자료를 집어넣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예측하는 분석틀이다. 그전에는 일본과 미국 것을 썼는데 옛날 틀이다 보니 성능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있으면 더 좋지 않겠나. 그렇긴 한데 아직은 없다. 2011년 개발에 착수해 2019년에 완성할 예정. 946억 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형 모델이 나오면 우리의 예보능력은 더 향상될 듯하다. 기상재해도 줄여 6000여억 원의 직접적 경제효과도 기대하고 있다(KDI 예비타당성조사).
▷기상예보는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천기(天機)의 한 자락을 엿보는 일이다. 틀리게 마련이다. 문제는 정확도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더 많은 기상정보를 수집하고, 더 정확한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더 유능한 예보분석관을 길러야 한다. 예보력도 돈, 기술, 사람의 합작품이자 국력인 것이다. 3년 반 동안 기상청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말 자리를 떠난 케네스 크로퍼드 전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예보는 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마법’을 요구할 것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에도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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