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북핵 대응 혼란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1일 03시 00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에서 나오는 신호가 혼란스럽다. 과거와는 달리 중국 일각에서 대북(對北) 제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중국 정부의 북한 감싸기는 여전하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그제 “제재는 (북핵)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당사국들은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 행사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반발해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노골적으로 핵을 사용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중국이 외부로부터 ‘베이징 불바다’ 협박을 받았다면 같은 방식으로 대처했을지 궁금하다. 중국이 북한 편을 드는 한 북한의 김정은은 핵 불장난을 쳐도 중국이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반면에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제재 결의 2087호를 엄격히 집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리바오둥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7일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한 뒤 “결의안의 완전한 실행이 중요하다”며 제재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느 쪽이 중국의 본심인가. 중국도 찬성한 안보리 결의의 실천인가, 아니면 남한과 미국을 도발 당사자인 북한과 동일선상에 놓는 ‘중립적’ 대응인가.

북한의 2월 12일 3차 핵실험은 한국 미국 중국의 새 지도자를 향한 도발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줄곧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했다. 다음 주 국가주석으로 선출돼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는 시진핑은 북한의 핵 도발이 자신에 대한 도전임을 인식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시진핑 체제가 초기에 김정은을 제지해야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국민 사이에는 북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쉐시시보의 덩위원 부편심(편집 및 심사 담당)은 “북한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는 글을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했다. 북한 핵실험에 반대하며 원조 중단과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중국인도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무뢰한이 평양성에서 포효하는데 베이징 형님은 위로만 하려 하네”라며 북한의 핵실험과 중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싸잡아 비난하는 노래 동영상을 퍼 날랐다. 북한 독재자를 감싸느라 여론을 무시하면 중국 지도부가 국민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데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제재의 고삐를 강하게 조이면 북한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유엔의 강화된 제재 이행에 적극 동참해 위기 해소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오늘 시작되는 연례 한미 연합방어훈련인 키리졸브를 핑계로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중국은 60년 전 정전협정 체결당사국으로서 북한의 평화 파괴 행위를 저지할 책임이 있다.
#북한 핵실험#중국#북핵 대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