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해신당 밑 조그만 술집, 호젓이 혼자 앉아 회 접시 앞에 놓고 소주 한 잔을 들이켠다. 철썩철썩 파도소리. 고개를 돌리면 유리창도 아니고, 바다 공기에 전 판자벽에 그냥 뻥 뚫어놓은 네모 구멍, 그 너머로 ‘섬 하나 떠 있고/섬 뒤로 짧고’ 선명한 수평선 그어진 바다. 카, 진정한 술꾼들의 로망이겠네! 술꾼 최대의 행복은 이런 순간에 있으리. 꿈결처럼 ‘원근 따로 없이’ 시인은 술과 바다와 한 몸으로 섞여든다. ‘몸부림치며 바위에 몸을 던져/몸부림을 터는,/터는 듯 다시 몸을 던지는’ 물소리라니! 바다의 관능, 물과 물소리의 섹슈얼함을 생생하게 낚아채는 시인의 놀라운 감각! 그런데 이 모두가 추억. 삼십 년 전의 일. 이제 ‘더는 없’단다. ‘더 물소리는 없’단다! 황동규 선생님은 로맨티시스트다. 로맨티시스트가 아니라면 삼십 년이 넘게 어찌 즐겨 혼자 여행하고 혼자 바닷가를 거닐고 혼자 술집에 드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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