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양옥]교육감 직선제를 폐(廢)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1일 03시 00분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교육자의 사표가 되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지역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은 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자질이 요구된다. 최근 교육감 중 8명이 비리에 연루된 상황을 국민들이 곱게 볼 리 없고 특히 학생들이 알까 부끄럽고 두렵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측근 보은·특혜인사와 선거과정에서 여타 후보에 대한 사후매수죄로 실형선고를 받은 데 이어 최근 일부 시도 교육감은 승진 인사에서 측근에게 유리하도록 근무평정을 조작, 지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또 특정인의 승진을 위해 인사 규정 및 승진요건을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의 주의 조치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여기에 장학사 임용비리 연루와 관련한 수사를 받던 충남교육감이 음독에 이어 영장실질심사까지 받고 구속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곽 전 교육감 측으로부터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받아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2억원을 확정 받고 복역한 뒤 최근 출소한 박명기 전 교수는 “위법인 줄 알았지만 직선제 유세 자금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결국 현행 직선제 교육감제도는 선거 비용이 많이 들어 유혹과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중도 사퇴한 전직 교장과 교육청 장학관들은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가 정치 선거와 같이 선거운동 관계자들이 돈으로 연결되어야만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순수한 교육자들이 교육철학과 신념, 양심을 갖고 임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있어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내년 6월에는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 정치권은 현행 직선제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현행 교육감직선제의 주요 문제점은 인물이나 교육전문성이 아닌 여야 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해 정치선거에 함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의 무관심이 증가하고 후보자의 자질 및 정책 검증 장치가 미흡해진다. 이른바 로또선거 및 깜깜이 선거가 된다. 또 광역 단위의 선거이거나 많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에는 적게는 4억9000만 원에서 많게는 40억700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선거비용이 들어간다. 내년 교육감 선거부터는 입후보자 자격에 교육경력이 없는 사람이나 정치인도 출마할 수 있어 교육선거의 의미마저 퇴색하고 있다.

수조 원대의 막대한 교육예산을 편성, 집행하며 학생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 교육감 직선제를 더이상 고수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선거운영방식을 정치선거와 분리해 교육선거를 별도로 하는 방안이나 교육과 관련이 없거나 교육에 무관심한 유권자가 많다는 점에서 학부모, 교직원만 참여하는 축소된 형태의 선거방식 개선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많은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임명제 방식도 가능하다. 주민자치 원리의 퇴색과 인사검증 문제는 의회의 동의절차나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교육감직선제로는 더이상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이제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 교원이 중심이 되어 제도 개선 노력에 함께 나서고, 국회와 정치권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직무유기라는 비판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내년 6월 교육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회는 올해 정기국회 전에 하루빨리 제도개선에 나서길 촉구한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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