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4부작이 10일 종영됐다. 이 드라마는 일요일 심야 시간대에 방영됐는데도 10% 가까운 높은 시청률(수도권 기준)을 기록했다. 강남 상위 1%를 위한 초호화 유치원의 크리스마스 발표회가 있던 날을 배경으로 빗나간 교육열이 자식과 자신, 주변 관계를 어떻게 망치는지 설득력 있게 그렸다. 워킹 맘에서 전업주부로 변신한 뒤 왕따 당하는 수아, 고급 룸살롱 전력을 세탁하기 위해 딸에게 극성을 부리는 혜주,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학원 브로커로 뛰는 교수 부인 경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부부 불화와 왜곡된 사랑으로 아이를 숨 막히게 하는 미복 등 드라마 주인공들은 자신의 상처와 욕망을 아이를 통해 투사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드라마 속 ‘하나유치원’에 처음 찾아간 수아는 납입금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수업료에다 수학 영어 등 각종 명목이 덧붙여진 납입금은 월 200만 원이었다. 수아는 유치원 입학 자체가 ‘로또 당첨’이며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는 꼬임에 등록하고 만다. 이것도 부족해 엄마들은 수시로 선생님에게 명품 백과 구두를 선물하고 발표회 용품을 협찬한다. 하지만 하나유치원은 가상의 유치원이 아니다. 유치원 공시사이트인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등 일부 지역의 사립유치원 교육비는 연간 1000만 원을 넘는다. 유치원비가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꼴이다.
▷올해 2월 전국 사립유치원 평균 원비는 연간 581만3201원(만 5세 기준)으로 지난해 9월 공시 때보다 약 6.9% 올랐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에 비하면 너무 많이 올랐다. 누리과정 도입에 따라 정부가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유아학비(지난해 월 20만 원, 올해 월 22만 원)와는 별도로 사립유치원은 학급당 월 25만 원의 운영비와 교사 1인당 월 40만 원의 처우개선비를 지원받고 있다. 세금에서 학비와 운영비가 지원되는 만큼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어야 마땅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립유치원들이 영재교육 영어 수학 등 각종 명목으로 원비를 더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원비 인상률이 높은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납입금 변동 상황, 유치원운영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감사를 벌여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운영비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다. 따지고 보면 강남을 중심으로 원비가 오르는 것은 학부모가 일반 유치원과 차별화한 교육을 원하는 이유도 있다. 드라마 속의 엄마 같은 학부모들이 존재하는 한 유치원의 원비 편법 인상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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