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군복무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제대로 보상해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여성가족부 장관이 군필자에 대한 보상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니 군 복무자를 예우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건은 충분히 성숙됐다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군필자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1999년이다. 가산점제가 여성이나,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장애인 등에게 불이익을 초래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해진 가운데 공무원시험과 임용고시에서 여성 합격률이 남성을 넘어선 지 오래다. 남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군 복무 기간에 여성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 준비에 나섬으로써 출발선의 격차가 너무 커졌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고 국방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군 가산점제를 남녀 간 대립구조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군 가산점제는 군필자뿐 아니라 군필자의 가족들도 지지한다. 국방부가 2011년 현역병 1000명과 일반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양쪽 모두 가산점제 부활에 찬성하는 의견이 70% 이상 나왔다. 그렇지만 채용 과정에서 가산점제로 인해 합격과 불합격이 엇갈린다면 남녀 차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시비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채용 이후 급여를 책정할 때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해 주거나 군필자의 정년을 늘려주는 것은 형평에도 맞고 실질적인 수혜자도 더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조윤선 장관이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든지, 그 기간만큼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적절하다. 지금까지 ‘무조건 반대’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지금도 공직이나 일부 기업에서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전체 기업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세부적인 보완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군필자가 존중받는 풍토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석연찮은 이유로 자신과 자식이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들이 정부 요직에 버젓이 앉아 있는 나라에서 군필자들이 무슨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병역 기피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군필자를 예우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