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은 아파트 주민 갈등의 가장 큰 이유다. 보통은 이쪽은 눈치 보고 저쪽은 꾹 참는 것으로 끝나지만 ‘윗집에 복수하려고 천장을 두드렸다’ ‘천장에 확성기를 설치했다’ ‘배수관을 막아 물을 역류시켰다’ 등 상상을 뛰어넘는 앙갚음 사례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말다툼 끝에 흉기로 이웃을 찌르거나, 불을 지르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하는 말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분노가 쌓였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암만 무던한 사람이라도 입시를 코앞에 둔 자녀가 “시끄러워 공부를 못 하겠다”고 하면 가만있기 힘들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분석 결과 소음 민원의 73%가 아이들이 뛰거나 쿵쾅거리며 걷는 소리였다. 개 짖는 소리, 세탁기 청소기 소리, 화장실 물소리, 가구 끄는 소리, 악기 소리 등이 그 다음. 그래서 일부 건설업체들은 단지 내에 키즈&맘 카페, 놀이방 등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정부는 층간 소음 기준치를 주간 40dB(데시벨), 야간 35dB로 낮춰 이달부터 적용했다. 아파트 바닥은 두께가 210mm 이상 되도록 하고, 복잡한 기술기준도 만들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이를 지켜야 한다. 문제는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다. 소리를 차단하는 차음제(遮音製) 보강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서로 조심하고 자제하는 수밖에 없다.
▷갈등의 시작은 소음이지만 걷잡을 수 없이 문제를 키우는 것은 ‘내 말을 무시한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을 때다. 양쪽 모두 딴사람이 돼버린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나 전문기관 등 3자의 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도 13일 ‘층간 소음 분쟁해결 7대 대책’을 마련했지만 내용은 주민협약 제정, 주민조정위원회 구성, 전담팀과 전문컨설팅단 운영, 예방교육 등 구조 변경이 아니라 거의 갈등 해결 쪽에 무게가 있다. 다른 지자체들의 대책도 엇비슷하다.
▷필자는 층간 소음의 가해자도 돼 봤고, 피해자도 돼 봤다. 제일 좋은 방법은 ‘수박 한 덩이’였다. 피해자일 때는 수박을 들고 윗집에 찾아가 “애들 키우느라 고생 많겠다. 그래도 소음은 좀 줄여 달라”고 웃으며 부탁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이후에도 불만이 생길 때마다 애들 먹을 과자를 사들고 가면 된다. 가해자일 때는 수박을 들고 찾아가 “최대한 단속하겠지만 완전치는 못할 것”이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복도에서 고함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이 글의 제목은 ‘층간 소음 예방법’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층간 갈등의 완화는 가능하다. 단 이때 수박은 상대방이 놀랄만큼 크고 좋은 것으로 마련하시라. ‘상대를 화나게 하지 말고 미안하게 만들라.’ 이게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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