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연이 두 행씩인데, 늙은이와 죽음, 아가와 가시밭길, 배회하는 소녀들과 환각, 노숙자와 실패, 깊은 감정과 침묵 등등으로 위 행과 아래 행이 앙상블을 이룬다. 위 행 시구들은 실제 삶의 면모들이고 아래 행 시구들은 시인의 혜안으로 꿰뚫어 본 그 이면이다. 참, 이러고들 산다. 실상 그렇지 않아? 아닌가? 죽음 앞에서 벌벌 떨고 이별 앞에서 상욕을 하고, 좀체 감정의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연 넘치는 인생이여! 시인은 울적한 풍경들을 ‘쇼트컷’으로 전개하는데, 그 시각과 필치가 예리한 만큼이나 어딘지 조롱기가 느껴진다. (시인, 당신은 이렇게 인생을 잘 아는군요. 그래서 ‘쿨하게’ 사시나요?) 그 조롱기는 문장을 둥글게 매듭지으며 후렴구처럼 되풀이돼 음악성을 높이는 ‘되는 양’이란 시어에서도 오는 것 같다.
‘놀람 속에서 바라보는 시인들/순간이 마치 보석이라도 되는 양’, 이 구절을 얻고 시인은 보석이라도 되는 양 미소 지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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