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피어난 명료한 달빛을 따라 산행한 적이 있습니다. (중략)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산등성이 사이로 붉은 새벽빛이 감돌았습니다. 주위는 짙은 청록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순간, 눈물 한 방울이 뚝 흘렀습니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 때문이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로우의 강’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로를 감동시킨 자연의 경이로움은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에서도 느끼게 된다.
그림 속의 사다리는 날개라도 달린 듯 검은 능선을 벗어나 달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다. 땅에 놓인 평범한 사다리가 아니라 우주공간을 향해 날아가는 로켓 사다리다. 아니, 분리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하늘사다리다.
오키프는 72세가 되는 1958년, 미국의 뉴멕시코 주 아비키우에 있는 자신의 낡은 벽돌집에서 이 그림을 그렸다. 사다리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집의 마당 건물 외벽에 기대놓은 실제 사다리다.
오키프는 왜 비상하는 사다리를 그렸을까? 왜 어둠은 신비한 청록색일까?
하늘사다리는 우주와 소통하고 싶은 바람을, 청록색 어둠은 초월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갈망을 뜻한다. 예로부터 사다리는 정신적 도덕적인 차원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한편 자기 완성이나 깨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키프는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여성화가이며 미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독자적인 기념미술관을 가진 최초의 여성화가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선정한 14명의 미국 거장에 포함된 유일한 여성화가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오키프가 황량한 사막인 뉴멕시코로 스스로 유배를 떠났다.
그리고 늙은 몸으로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지구와 우주공간 사이의 아득한 거리, 그 도달할 길 없는 거리를 영혼의 자로 재고 있었을까? 혹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태초의 공간으로 되돌아가는 안내표지판을 찾고 있었는지도.
그런데 혼자 밤하늘을 보면서 하늘사다리를 오르는 꿈을 꾸곤 했던 늙은 여자의 고독과 자유가 왜 이토록 부러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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