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이트 ‘지식인(지식in)’은 누리꾼들이 질문을 올리면 또 다른 누리꾼들이 답을 올리는 코너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루 평균 4만9000건의 질문과 6만4000건의 답이 올라온다고 한다. 최근 답변 중 ‘지존’이라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질문자가 올린 질문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가급적 원문의 느낌을 살려 옮겨본다.
‘우주에서 개미를 콧바람으로 떨어뜨렸다. 개미는 독도에 떨어졌다. 개미가 배를 만들어 강원도에 도착할 때쯤 그만 바람에 날렸다. 개미는 민들레 씨앗을 타고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파묻혔다. 어느 날 개미는 사람 콧구멍을 통해 뇌로 들어가 핏줄을 끊어 뇌출혈을 시키고 나왔다. 누군가가 이 개미를 죽였을 경우 친구한테 혼날 확률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니 무시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긴 답변이 올라왔다.
‘개미가 독도에 떨어질 확률은 독도면적÷지구면적입니다. 지구 반지름을 6378km라고 할 때 지구의 겉넓이 S=51185932.5225km²입니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독도 면적은 18만5524m². 이를 km²로 환산하면 독도면적÷지구면적=0.185524km²÷51185932.5225km²이므로 2.4834615691846009626298060906422×10 %. (중략) 그중에서도 코에 들어갈 확률은 콧구멍이 몸 전체 넓이의 얼마를 차지하는지 계산하면 되는데 이게 2000분의 1 정도입니다. (중략) 이 모든 확률을 모두 곱하면 2.4834615691846009626298060906422×10 입니다.’
누리꾼들은 이 답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떠나 황당한 질문에 각종 인구통계와 한국 지도, 인체 혈관의 모습까지 첨부자료로 붙여 상세히 설명한 답변자가 누구인지에 주목했다.
답변자 이름은 김재성. 네이버 사이트에 ‘지식인’을 치면 그의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올라올 정도다. ‘김재성’은 그동안 ‘빛의 질량을 구해보자’처럼 물리학과 천체에 대한 글들을 올리고 누리꾼들이 ‘어렵다. 도와 달라’고 한 수학 과학 문제에도 종종 ‘답(?)’을 올렸다. 그동안 누리꾼들이 ‘좋다’고 추천한 수학 관련 답변만 130개, 물리학 83개였다. 워낙 답이 진지하고 각종 데이터와 수식이 동원되다 보니 ‘김재성,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을 올린 누리꾼도 있었다.
기자는 답변에 있는 e메일 주소로 그에게 전화 인터뷰를 청했다. 며칠 뒤 전화가 왔다. 알고 보니 대구 대곡고 학생이었다. 수학 과학 관련 답을 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중학생 때부터”라고 했다. “왜 답을 시작했느냐”고 묻자 “즐거워서”라고 했다. 워낙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다 보니 관련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로그 함수’나 물리 법칙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달다 보니 횟수가 늘었다고 했다.
전문가가 보기엔 그의 ‘답’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그의 등장에 흥미로워하는 건 “만화 ‘드래곤볼Z’에 손오공이 쓰는 순간이동이 어떤 건지”란 질문에 ‘양자역학의 터널링’을 이용해 설명하는 그의 즐거운 열정에 같이 빠져든 것이 아닐까. 공부란 것이 점수를 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진정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이란 평범한 진리를 누리꾼들은 ‘김재성’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