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물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물 부족, 물난리에 고생하는 우리나라도 이날을 통해 물의 활용과 보전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 명 이상이 안전한 물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중반 이전만 하더라도 물 안전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이 질병, 식수 오염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국내 첫 하수처리시설인 중랑하수처리장이 처음 가동된 것이 1976년이다. 당시 기초적인 하수처리 공법조차 해외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야 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전국에 수천 개의 하수처리시설을 갖추고, 하수의 90% 이상을 정화 처리하는 하수처리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고도처리시설, 인처리시설 등 더욱 선진화된 기술을 통해 하수를 더욱 깨끗하게 처리하고 있어 우리나라 하수처리 수준은 선진국에 견줄 만큼 양적,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활동과 생활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물을 하천에서 공급받는다. 생명의 원천인 물을 안심하고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한 하수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하수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하천은 여전히 수질이 불안하다. 바로 초기 우수, 즉 더러워진 빗물 때문이다. 강우 시 빗물은 도로 등 지표면에 축적돼 있던 오염물질과 하수관 내 퇴적물이 혼합돼 고농도 오염 상태로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적은 양의 비는 하수도와 하수처리 시설을 통해 안전하게 처리돼 문제가 없지만 집중호우 시에는 빗물로 인한 하천의 수질 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2011년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하수처리시설에서 강우 시 더러워진 빗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하천으로 방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강우 시 처리되지 않고 하천으로 방류되는 초기 우수의 대장균군 농도는 평소보다 5배 이상,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 초기 오염 농도는 평소보다 3, 4배 높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초기 우수의 수질 및 수량에 대한 법적 관리 기준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전통적인 하수 정책 기능에 더해 적극적인 빗물 관리 정책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환경부는 하수처리장의 간이 처리 방류수 수질 기준을 정하여 2016년부터 빗물 처리를 의무화하도록 관리 기준을 마련 중에 있으며, 전국 지자체의 하수처리시설의 침전 및 소독시설 등을 개선하고 보완하고 있다. 또한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최소화하고자 빗물을 저장하는 하수저류시설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대도시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기후 변화가 주원인으로 1980년대에는 여름철 누적 강수량이 694mm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증가해 2011년에는 1048mm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 도시침수 대응 하수도 설치, 비점오염원 관리 등을 통해 초기 우수로 인한 하천 수질 오염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집중호우 직후에는 넘치는 빗물로 인하여 하천이 몸살을 앓는다.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기 우수에 대한 시설을 확충하고, 하수처리장의 간이 처리 방류수 수질 기준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은 우리 모두의 기본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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