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도 지나고 이제 겨울철새들 날아갈 때인가. 추운 고장을 향해 먼 길 떠나는 새들이 딱하다. 하지만 내가 따뜻한 걸 워낙 밝히듯이 그들은 추운 날씨를 좋아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설레고 있을지도. 저마다 타고난 체질과 성정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늘 높이 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면 겨드랑이가 들썩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깃털 달린 영혼의 소유자들. 비행기를 봐도 그들은 발바닥이 간지러울 것이다. 그 유랑의 무리가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것은 먼 고장, 다른 고장에 대한 향수에서만이 아니라 마음이나 몸이나 끊임없이 떠돌아야 사는 체질 때문이리라. 사실 우주의 본질은 움직임 그 자체이니 그들의 삶이야말로 우주의 이치에 합당한 것일 테다. 시인은 말한다.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는 것, 움직이는 것, 곧 날아가는 것이 삶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정체해 ‘어느 땅에 붙박여 있구나!’ 철새들의 비행 행렬을 보며 시인은 한 삶에 안착한 자신의 모습을 새삼 깨닫고 호흡곤란을 일으킬 지경이다.
새 을(乙). 과연 둥긋하게 앉아 있는 새의 형상이다. 상형문자의 형상을 이용해서 시 속에 새를 그려 넣었다! 그 글자의 소리를 ‘을을을을을을을…’적어서 아득히 날아가는 새떼들의 날갯짓과 날개소리, 그로부터 땅으로까지 전해지는 공기 가득한 떨림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살갗에 느끼게 한다. 그 발상과 솜씨가 기발하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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