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만신창이가 돼 물러났다. 지난달 13일 내정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30건이 넘는 의혹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비상장회사 KMDC의 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숨긴 것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됐다. 예비역 4성 장군인 김 후보자가 변명을 늘어놓으며 37일을 버티는 바람에 군과 국방부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군 지휘관들이 전쟁에 나가면 가정을 잊고 적을 향해 목숨 걸고 달려가야 한다. 군인의 본분을 벗어나 재테크에 연연한 듯한 김 후보자의 전력을 보면 군 지휘관들이 그를 믿고 따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 후보자는 명예를 중시하는 군 장성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크게 손상됐다. 북한이 핵 공격 위협까지 하는 안보 상황을 고려했다면 김 후보자가 하루라도 빨리 물러났어야 했다.
설사 군인으로서 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국방부 장관 자리에 어울리는 처신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부적격이다. 김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에도 의혹이 늘어났다. 동아일보는 21일자 사설에서 “김 후보자의 교체를 고려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오래전에 등을 돌렸지만 김 후보자는 막무가내로 버텼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적인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22일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하면서 김 후보자를 동행시켜 내정 철회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버티고, 측근 참모들은 여론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부실 검증에서 여론 무시에 이르기까지 김병관 파동의 전 과정을 복기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유임 결정으로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와 군을 계속 이끌게 됐다. 졸속으로 후임자를 찾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박 대통령은 인사 실패로 생긴 상처를 극복할 때까지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국방부 장관이 흔들리면 국가안보가 흔들린다. 김 장관이 잘하면 전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이라고 해서 빨리 바꿀 이유도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던 로버트 게이츠를 2년 동안 유임시켰다. 오바마는 민주당, 부시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데도 그랬다. 김 장관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 철통같은 방위 태세 구축에 진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