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그제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개변론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남편 몰래 13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 버린 사건이 미성년자 약취죄에 해당하는지 따지는 자리였다.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박진감 있게 펼쳐진 공방이 법원 홈페이지와 몇몇 포털사이트 케이블방송 등을 통해 중계됐다.
법원조직법은 법정 촬영에 재판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건에 한해 보도기관에 1분 안팎의 시간을 주고 피고인의 뒷모습만 촬영하는 식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법정에 카메라는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양 대법원장은 “미국에서 사회적 논란이 된 재판을 생중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은 연방법원을 제외하고 50개 주 모두가 전면 또는 일부 법원에서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은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져 장애인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작품 속 재판 과정은 잘못 표현된 측면이 적지 않다. 투명하게 공개됐더라면 법원이 그렇게까지 불신의 대상으로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재판 당사자의 사생활과 인권을 고려해 촬영을 허용하기에 부적절한 재판이 많이 있다. 그러나 논의와 연구를 통해 가능한 곳부터 조금씩 법정의 문을 열어 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 초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구호로 내걸었다. 판사가 판결로만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판결문 용어를 쉽게 가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 판결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란이 되는 사건은 재판 당사자가 동의한다면 아예 생중계해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올해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확정 형사 판결문도 열람 절차를 더 간소화해야 한다. 법원은 법대(法臺)를 지금보다 더 낮춰 국민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