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대통령 한 달, 수첩 덮고 귀 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5일 03시 00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늘로 한 달이 됐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인상은 부정적인 것이 더 많다. 자고 나면 터지는 인사(人事) 혼선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지루한 대치로 새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한국갤럽의 18∼21일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51.6%)보다 낮은 44%였다. 정부 출범 한 달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외양도, 내부도 결함투성이에 시동만 걸어 놓고 헛바퀴를 굴려 온 셈이다.

박 대통령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까지 박 대통령이 직접 고른 5명의 고위 공직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낙마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인사 실패다. 김종훈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전 인사 검증을 소홀히 한 결과다.

차제에 대통령의 측근들로만 구성한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기능과 민정수석비서관실의 검증 시스템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인사에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개선해야 한다. 자신이 눈여겨봐 둔 인사를 일방적으로 낙점하는 하향식(下向式) ‘수첩 인사’로는 폭넓게 인재를 발굴하기 어렵고, 검증 역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누가 감히 대통령의 선택에 ‘노(No)’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점들을 고치지 않는다면 인사 실패는 계속되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 추락할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늑장 처리도 따지고 보면 야당의 발목잡기 못지않게 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가 큰 요인이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끌어 가기 어려운 형편인데도 박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소홀했고 원안에 매달렸다.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은 구두선(口頭禪)이었나. 박 대통령은 야당 인사까지를 포함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 구성도, 기회균등위원회 설치도, 대탕평 인사도, 경찰청장 임기 보장과 검사의 청와대 차출 금지도 지키지 않았다. 원칙과 신뢰, 약속을 중시한다던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필요한 것만 골라서 지킨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고치고, 지키고, 다잡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루빨리 모든 것을 바로잡아 국정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안보와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 주고 복지와 민생 분야 등의 공약 이행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한 달간의 실수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롭게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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