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용]미 대통령 비밀 경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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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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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경호원을 소재로 한 대표적 영화가 1993년 개봉한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다. 주인공 프랭크(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술에 절어 살아가는 전직 대통령 경호원이다. 그는 우연히 현직 대통령 암살 음모를 듣고 현역에 복귀한다. 돌아온 올드 보이는 저격 순간 몸을 던져 대통령을 보호하고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는다는 것이 줄거리. 미국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는 비밀정보국(SS) 요원이 프랭크의 모델이다.

▷비밀정보국은 남북전쟁 말인 1865년 재무부 산하에 위조지폐 단속부서로 창설됐다. 밀주 밀수 사기를 일삼는 마피아나 KKK단과 같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떨게 만든 저승사자였다. 이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금융 범죄와 대테러 업무를 맡는다.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대통령 전담 경호 업무가 새로 떨어졌다. 직원은 7000여 명, 한 해 예산이 16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정예 경호조직으로 성장했다. 때론 하루 20시간씩 생명을 걸고 일하는 직업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신이 내린 직장’으로 통한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1만 명이 넘는 지원자 중 상위 1%만이 들어갈 수 있다. 합격률 5.9%인 하버드대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초봉은 4만3964∼7만4891달러, 정년은 57세다. 요원 10명 중 1명이 여성이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었다. 비밀정보국은 2009년 백악관 만찬장에 초대도 받지 않은 부부가 버젓이 입장해 망신을 당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콜롬비아 방문에 앞서 현지에 도착한 선발대가 성매매를 한 것이 들통 나 9명이 옷을 벗는 등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도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비스트’가 고장으로 멈춰 세계 최정예 경호조직에 또 하나의 불명예를 안겼다. 사고와 실수가 잦다 보니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9·11테러 이후 소속이 재무부에서 국토안보부로 바뀌면서 대테러 요원을 마구 뽑다 보니 요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비밀정보국 수장에 여성인 줄리아 피어슨 국장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여성 요원에게 문호를 연 지 42년밖에 안 된 보수적인 경호조직에 여성 리더를 앉힌 것 자체가 파격이다. 148년 만의 첫 여성 국장이 성 추문으로 흔들리는 비밀정보국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하다. 미국에도 없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우리는 언제쯤 여성 경호실장을 보게 될까. 한국 대통령 경호실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미국 대통령#경호원#비밀정보국#줄리아 피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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