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진통을 겪던 정부 조직개편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처리됐다. 하지만 정부 조직 개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 경제성장의 동력원에 해당하는 에너지 자원 이슈는 박근혜 정부의 우선순위 밖에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지향적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이 또한 국가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에너지 자원의 안정된 공급 없이 실현될 수 없다. 이는 아무리 기술이 현란한 선수라도 기초체력이 없다면 그 기술이 빛을 발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에너지자원산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소요 재원 또한 막대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 에너지 자원의 97%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에너지자원산업의 국가적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수립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전체 발전원 중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59%,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높이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원자력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기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천연가스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 또한 낮다. 최근 미국은 제3차 산업혁명의 동력원으로 부상한 셰일가스 자원화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이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에너지원 비중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기여도를 과도하게 높이고, 전기에너지 소비 중심의 녹색성장정책으로 전환했다. 물가상승률에 연동된 전력요금 억제정책으로 전기에너지는 원가 이하로 공급돼 대표적 우량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재정적자 상태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녹색에너지 정책은 국민에게 전기에너지를 값싼 에너지로 인식하게 해 급격한 수요 증가를 야기하는 전력소비 장려정책으로 변질되었다. 이에 따라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국가적 정전사태가 계절에 관계없이 고착화됐고 전력대란의 우려가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약 8000만 kW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설비 용량의 여유분이 5% 정도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이러한 부실한 국가 기초체력은 무한 경쟁시대의 국가 생존전략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에너지자원 수입이 국가 총수입액의 40% 이상을 차지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자원 정책을 총괄할 독립부처도 없는 실정이다.
선거의 속성상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장기 계획이나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정책 같은 것은 유권자나 후보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하지만 선거 때의 주요 이슈와 국정 운영의 주요 어젠다에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눈길을 끌기는 어렵지만 에너지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 분야다.
새 정부는 조속히 우리나라 에너지 자원 분야의 구조적 난맥상을 치유하고 21세기 화두인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셰일가스 자원화, 탈(脫)원전화라는 세계 에너지원의 혁명적 변화에 적극 동참하는 계획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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