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중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한 전 전교조 소속 교사 김형근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有罪)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김 씨는 전북의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2005년 5월 전북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학생 학부모와 함께 참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1,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추모제는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남한 정부를 전복하려 했던 빨치산 무장 투쟁을 미화하는 행사였다. 검찰은 이 행사에서 “손에 손을 잡고 북으로 간다” 같은 북한 동조 발언이 나왔다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어린 학생들을 이런 곳에 데려가고 비전향 장기수를 만나게 한 것은 우리 사회의 법과 상식의 용인 범위를 한참 넘어선 일이다. 김 씨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인터넷카페에 ‘북한의 핵 보유는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억지하는 정당한 조치’라는 북한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글도 올렸다.
그럼에도 1, 2심은 국민을 걱정스럽게 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0년 2월 1심은 “실질적 해악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그해 9월 2심도 원심을 유지했다. 일부 세력은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오히려 역공을 폈다. 강기갑 전 국회의원의 국회 폭력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하는 등 ‘튀는 판결’이 잇따르던 시점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잘못된 하급심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체제 도전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호응 가세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며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건 이후 8년이 지난 뒤에야 대법원의 결론이 나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교단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법원은 심리 절차를 서둘렀어야 했다.
최근 일부 세력은 ‘백년전쟁’이라는 영상물을 제작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훼하는 내용의 왜곡된 현대사를 젊은 세대에 주입하고 있다. 사법당국은 국가 안보나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