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부전여전, 모전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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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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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도자기 중 최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광주요의 사업 영역은 독특하다. 도자기를 기반으로 해 술과 한식(韓食)에 진출했다. 고급 소주 ‘화요(火堯)’를 빚고 있으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입구의 한식당 ‘비채나’도 운영한다.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은 국내외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한식을 대접하는 ‘화요만찬’을 15년째 열고 있다. 2007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지 내파밸리에서 세계의 미식가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며 한식을 소개했다. 그가 한식 진흥을 위해 쓴 돈은 600억 원가량. 비즈니스 잣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그릇에 어울리는 음식과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릇, 술, 한식에 하나 더 얹히는 것이 한국문화다. 한국의 전통 고급 식문화를 우리 국격(國格)에 맞게 재구현해 세계화하고 싶다.” 그의 꿈이다. 일식은 다양한 스토리를 입히면서 최근 30년 사이 세계무대에서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덩달아 일본 문화도 고급으로 각인됐다. 한식도 세계에서 통하려면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한식은 배고플 때 먹는 대중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운 숙제다.

▷이 때문에 한식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고급 호텔들은 한식당 운영을 기피하고 있다. 전국 1급 이상 호텔 315개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134개. 특1급 호텔은 더 심각해 전국 21개 중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롯데호텔서울(무궁화), 쉐라톤그랜드워커힐(온달, 명월관), 르네상스서울(사비루), 메이필드(낙원, 봉래헌) 등 4곳뿐이다. 특급호텔 관계자는 “한식은 일식이나 중식에 비해 반찬의 가짓수가 많고 조리시간이 길다. 재료비 인건비 등이 많이 들지만 손님이 적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비채나는 한식 세계화에 뜻을 같이한 홍라희 리움 관장이 조 회장에게 “여기서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작년에 문을 열게 됐다. 조 회장의 차녀로 미국에서 요리와 경영을 공부한 조희경 씨가 개장 작업을 맡았고 운영도 하고 있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인 셈. 한편 호텔신라는 8월 한식당 ‘서라벌’을 다시 연다. 서라벌은 1979년 호텔신라 개관 당시 문을 열었지만 ‘모든 메뉴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없어’ 2005년 폐점했다. 서라벌 재개관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뜻이라고 한다. 이 사장은 홍라희 리움 관장의 맏딸. 이쪽은 모전여전(母傳女傳)인가.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한국문화#한식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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