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멘토의 사생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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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 씨(사진)가 혼외자(26)와 관련된 양육비 청구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달 오모(56) 여인은 “1987년 이 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으며 이후 이 씨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춘천지법에 소송을 냈다. 오 씨는 ‘아들을 이 씨 호적에 올려줄 것’과 ‘밀린 양육비 2억 원을 달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트위터 팔로어만 160만 명이 넘는 이외수 씨는 그동안 ‘트통령(트위터 대통령)’ ‘젊은이들의 멘토’로 불렸다. 실제로 ‘청춘불패’ ‘아불류 시불류’ ‘하악하악’ 등 그의 작품은 내놓을 때마다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기대가 큰 만큼 배신감도 컸을까. 그를 지지했던 사람일수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우리 사회의 솔직하고 깨끗한 어른이라고 믿었는데. 그의 책들을 모두 사서 줄치면서 읽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면서.

사태가 커지자 이번에는 이 씨의 부인이 나섰다. 3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혼외자 오 씨(어머니의 성을 따랐음)가 20세가 될 때까지 양육비로 매달 50만 원씩 지급해 왔다”고 해명했다. 또 “오 군의 대학 등록금을 보태 주는 선에서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가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부인이 이렇게 직접 나섰지만 비난은 더욱 확산됐다. “‘비싼 요트를 보유하고 있다’ ‘집에서 쓰는 냉장고만 9대’ ‘화천 작업실이 아방궁 수준’이라는 그동안 일부 언론의 ‘럭셔리’ 비판에도 팬들이 오히려 발끈하며 지지해 줬는데 (돈도 많으면서) 아들 대학 등록금도 안 준 거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호적에 올려 달라고 소송을 냈겠느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하는 홍길동이냐. 그동안 아버지가 TV에 나와서 (세상 사람들의) 멘토 노릇을 했을 때 아들 입장에서 얼마나 속으로 비웃었겠느냐”는 것.

이와 더불어 1988년 기사까지 SNS에서 함께 떠돌고 있다. 누리꾼들은 “1988년 4월 14일 동아일보 기사와 5월 8일자 잡지 레이디경향에 등장하는 ‘오모 씨(당시 나이 31세)’가 이번 소송을 낸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1988년 4월 14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검찰이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이 씨를 연행하면서 함께 여관을 전전하는 여자도 송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에 등장하는 오 씨의 나이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오 씨와 성, 연령이 일치한다는 것. 2010년에 이 글들이 인터넷에 떠돌자 당시 이 씨는 발끈하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31세 여인은) 당시 여관에서 빨래와 청소를 담당하던 사람일 뿐’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었다.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멘토’ 이미지는 그를 아웃사이더에서 세상 밖 높은 곳으로 공중부양 시켰다. 그런 만큼 기대가 컸다. 평소 기회 있을 때마다 조강지처인 현 부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드러냈던 그에게 숨겨 놓은 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충격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멘토가 흔한 세상이라지만, 아무나 멘토가 될 순 없지 않은가.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이외수#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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