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떠오른 ‘싸이월드’ 생각에 접속해 본 A 씨. ‘투데이 히스토리’란 코너를 클릭해 보고 깜짝 놀랐다. 아, 그랬었나? 맞다. 노래 이름 한 곡씩 보니까 생각이 난다. 8년 전 그때, 그랬었지. 헤어져서 죽을 것 같다며,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이 노래들을 깔아놓고서, 엉엉 울면서 혼자 청승맞게 앉아 있었지.
싸이월드에는 오늘로부터 꼭 8년 전 4월 2일 자신이 들었던 노래가 일시(日時) 분초(分秒)까지 나와 있었다. 절절한 마음을 담았던 다이어리까지….
싸이월드의 인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칠 것이 없었다. 싸이월드의 가장 큰 강점은 자신의 홈페이지가 쉽게 뚝딱 생긴다는 것이었다. 사진과 음악, 글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었다.
‘나만의 방’이 생긴다는 데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1990년대 통신기반 서비스인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에는 동창회나 동호회는 마련될 수 있었지만, 1인 공간은 없었다. 해외여행 붐, 외식 붐을 타고 자신이 가고 보고 듣고 먹은 사진과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최전성기이던 2005년, 싸이월드의 실제 이용자는 2700만 명을 돌파했다. 중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국민 대부분이 가입했다는 소리다. 연락하고 싶은 상대에게 “싸이 하세요?”가 인사말처럼 번졌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천하를 ‘영원히’ 호령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용자들은 점점 싸이월드를 떠났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가 그 자리를 점점 채워갔다. 2011년 싸이월드 이용자 정보가 해킹되면서 누리꾼들이 떠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결국 ‘유령도시’처럼 주인들은 오지 않은 채 집들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싸이월드 측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은 총 120억 장, 자신의 홈페이지를 꾸미기 위해 올린 음악은 5억5000만 건에 달한다.
최근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시작한 ‘투데이 히스토리’는 이런 잠자는 정보들을 깨운 셈이다. 모바일 앱 ‘싸이월드’나 싸이월드 홈페이지(www.cyworld.com)에서 로그인하면, 똑같은 날짜에 자신이 싸이에 남겼던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친한 친구들(일촌)의 기록들도 연결되어 있어, 클릭하면 볼 수 있다.
SNS에서는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려줬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요즘 왜 내가 이 일을 하는지, 스스로 화가 많이 나 있었는데 몇 년 전 회사에 합격했을 때의 떨림을 쓴 글을 다시 읽게 됐다. 정말 내가 썼었나. 내가 이렇게 열정이 가득 찬 사람이었나, 갑자기 멍해졌다”고 한 누리꾼도 있다.
사람의 기억은 가끔 거짓말을 한다. 때로는 쉽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정보통신 기술은 수년 전의 ‘나’를 한순간에 마주보게 한다. 그래서 더욱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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