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발적인 협박과 위험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어제는 영변에 있는 5MW 흑연감속로(원자로)의 재가동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채택한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竝進)노선’을 실행하려는 첫 번째 구체적 조치다.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폐연료봉이 만들어지고 이를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원자로 재가동은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노동당 회의에서 “핵 보검(寶劍)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고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억척같이 다져나가지 않을 수 없다”며 핵 집착을 노골화했다.
영변 핵시설은 2007년 북핵 6자회담의 10·3 합의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다. 북한은 중유 100만 t 상당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냉각탑을 제거했다.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와 검증을 거부해 10·3 합의는 깨졌지만 북한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중유 50만 t과 대체연료 24만 t 이상을 챙겼다. 원자로 재가동은 핵시계를 2007년 이전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 북한이 2009년 2차, 올해 3차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상황은 2007년보다 더 심각하다.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은 한-미-중-러-일에 대한 도발이자 국제사회가 합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묵살하는 행위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10여 시간 앞두고 원자로 재가동 사실을 발표했다. 어제 오전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외교안보장관회의도 열렸다. 북한은 한미 정부의 주요 행사까지 염두에 두고 막가파식 카드를 꺼낸 듯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늘리면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이 깨지고, 동북아시아의 안보도 위태로워진다. 박 대통령은 어제 “강력한 외교적 군사적 억제력을 통해 북한이 도발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이 겁을 먹을 것 같지는 않다. 한미는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을 철회하지 않으면 후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이 어제 유감 표명을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북한은 끄떡도 않는다. 중국은 분명하게 김정은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 ‘한반도 비핵화 주장’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러시아와 일본에도 북한의 핵 도발은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