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언항]입양아에게 출생신고가 필요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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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항 중앙입양원장
신언항 중앙입양원장
지난해 8월 시행된 개정 입양특례법이 영아 유기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개정 입양특례법은 입양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아동의 입양 여부를 가정법원이 최종 허가하도록 했다. 또 친모가 순간의 결정으로 아이를 입양 보낼 것을 결심하지 않도록 출산 후 일주일간 입양 숙려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이 주도하던 입양 과정 심사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 이 개정법의 특징이다.

아이를 입양시키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를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아이의 출생신고서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출생등록제가 미혼모들의 영아 유기를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미혼모들이 오히려 몰래 아이를 버리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영아 유기 행위는 있어 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9년 52명이던 것이 2010년엔 69명, 2011년 127명. 2012년 139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필자는 아이를 버리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 법 개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부모들의 무책임, 아동 보호시설에 대한 홍보 부족 등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출산 기록이 친부모의 미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입양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호적에 친자로 남아 있지만 입양 절차가 완료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었던 모자 기록 자체가 삭제된다. 친모의 가족관계기록을 떼어도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아이가 성장하여 친부모를 찾고 싶을 경우, 입양기관이나 중앙입양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친부모의 동의를 얻어 공개할 수 있다.

아이의 출생신고 자체가 문제라는 입양특례법 개정법 반대론자의 주장에는 아이의 인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함이 깔려 있다.

필자의 부부는 8년 전 막내를 입양했다. 이제 열두 살인데 “엄마가 보고 싶다”, “우리 엄마는 누구일까”라고 자주 묻는다. 자신의 뿌리를 본능적으로 찾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막내의 질문을 받는 필자와 아내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플 때가 많다. 평생 이 물음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 막내아들의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친부모를 찾아주려야 찾아줄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은 그 자신만의 인격이 있다. 인격권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를 낳아 준 부모가 누구이며, 나는 어디에서 태어났는가에서 출발한다. 신체 모습이나 성격은 바뀌어도 정체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인격체의 뿌리가 ‘나’이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에서 규정하듯 유엔은 아이가 태어날 때 자동으로 출생등록이 되게끔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정상적으로 출생신고가 되어야 나중에 자기의 뿌리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미혼모 입장에서 어딘가에 자신의 정보가 남아 있는 것이 불안하다면, 이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이지, 법 자체를 폐지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입양 절차를 단순히 어른이 불편한지 아닌지로 따져서는 안 된다. 입양은 아동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신언항 중앙입양원장
#입양아#출생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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