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진숙 씨, 해수부 장관 자격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윤진숙이 누구지?” 올해 2월 17일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을 때 관련 공무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공무원과 국민에게 낯설다고 해서 장관감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낚시질하는 강태공, 진흙 속 진주를 찾아내는 것이 인사의 백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이던 윤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설명은 ‘해양수산 실무 전문가’였다. 특히 윤 후보자는 여성가족부를 빼고는 유일한 여성 장관 후보자로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는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부활하는 해양수산부의 첫 수장(首長)으로서 윤 후보자는 새로운 해양강국의 비전과 각오를 보여주기는커녕 주요 현안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우리나라 항만 권역의 수, 어업 분야 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장관이 되면 수산업 가운데 어떤 분야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지금 답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넘어갔다. 중점 추진 분야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이 어째서 곤란한 일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모르는 것이 그렇게 많을 정도라면 왜 장관직을 받아들였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런 상태에서 장관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제의를 받고) 처음에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다”는 말도 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장관직을 확실하게 사양했든지, 일단 책임을 맡았으면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든지 해야 한다. 난처한 질문에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하거나 동문서답하는 모습은 국민이 기대하는 대한민국 장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못했다.

윤 후보자 말대로 해양 전문가여서 수산 쪽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장관에 내정된 이후부터 청문회까지 그에게 주어졌던 44일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는 여수항만공사 서울지사를 빌려 출퇴근하면서 업무보고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수준이라면 청문회 준비를 어떻게 해온 것인지 실망스럽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수첩 인사’의 결정판이다. 박 대통령은 2008년 한 세미나에서 해양수산부 신설 필요성을 발표한 윤 후보자를 수첩에 메모했다가 발탁했다. 출발이 늦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사도 없는 해양수산부는 할 일이 많은 부처다. 윤 후보자는 장관으로서 적합한지 자문(自問)해보기 바란다.
#해양수산부 장관#윤진숙#여성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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