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2003년 5월 13일 오전 1시경(현지 시간 12일 정오경) 뉴욕에서 청와대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노 대통령은 교환에게 “대통령인데 비서실 당직 좀 대 달라”고 했다. 청와대 당직 2명 중 한 사람은 잠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화장실에 가 있던 바람에 대통령 전화를 놓쳤다. 전화는 돌고 돌아 경호상황실 당직에게 연결됐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인데, 화물연대 파업 상황은 잘 체크하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경호실 당직은 “저희들은 파업 상황은 챙기지 않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아, 그래요?” 하면서 전화를 끊은 뒤 수행원들에게 “비서실에서 파업 상황을 체크하지 않는 거냐”며 짜증을 냈다.
▷이 사실은 노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기강이 빠졌다는 비판이 두려워 모두 쉬쉬했던 것이다. 첫 보도는 6일이 지나 동아일보 5월 19일자에 실렸다. 기사는 ‘청와대에 따르면…’으로 시작한다.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이호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기자에게 “민정수석실 비밀 보고서가 신문에 그대로 났다. 누가 말했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기자는 이 취재원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이 없다. 만약 ‘청와대 아무개에 따르면’이라고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개’는 중징계를 당했을 것이다. 기사가 나간 뒤 당직자 2명은 징계를 당하고 그중 부처 파견 공무원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당직실 침대 2개 중 1개는 아예 빼버려 한 사람은 눕지도 못하게 했다.
▷윤창중,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기사를 쓸 때는 ‘핵심 관계자’ ‘고위 관계자’라고 쓰지 말고 실명을 밝히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했다. 대변인 브리핑만 받아쓰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알리고 싶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촉새가 나불거려가지고…”라며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지만 국민은 알권리가 있다. 잘못된 보도에는 반론이나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악의적 오보엔 소송을 내면 될 일이다. 촉새가 많을수록 대통령은 불편하겠지만 국민은 행복해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