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 기아차 203만 대 리콜, 위기를 신뢰로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현대·기아자동차(현대차)가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된다. 현대차는 그제 미국에서 14개 차종 187만 대, 한국에서 6개 차종 16만 대의 자동차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123만 대를 훌쩍 넘는다. 2007∼2011년 생산한 아반떼 싼타페 쏘울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연비(燃費)를 과장했다는 이유로 잇달아 소송을 당한 데 이어 악재가 겹쳤다. 리콜 소식으로 어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3∼5% 급락했다.

리콜 대상 차들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브레이크등이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고, 승객의 어깨 부분을 보호하는 커튼 에어백이 터질 때 천장의 지지대가 떨어져나가는 결함이 있다. 둘 다 안전과 직결된 결함이다.

이번 대규모 리콜은 2009년 일본 도요타 사태를 연상시킨다. 도요타는 가속 페달에 결함이 있어 세계 시장에서 1400만 대의 차량을 리콜했고 집단소송까지 당했다. ‘품질의 대명사’였던 도요타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늑장 대처로 사태를 더 악화시켰던 도요타와는 달리 현대차는 비교적 빠르게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현대차가 평소 국내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는 ‘안전엔 지장이 없다’며 무상수리 등으로 무마하려 했던 것과 비교하면 진전된 자세다.

이번 일은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시점에 터졌다. 현대차는 2010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5위로 올라섰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판매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로 회사 규모가 갑자기 커지고 해외 현지 생산이 급증할 때 품질 문제가 터진다. 현대차도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치밀하게 품질을 점검했어야 했다.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리콜 사태의 배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도 위기에 처했다가 기사회생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급성장하는 한국 차를 곱게 볼 리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현대차는 더 꼼꼼한 품질 관리와 소비자 존중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 리콜 사태를 거치면서 오히려 위기를 딛고 ‘윤리적 기업’의 상징이 됐다. 현대차도 결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신속히 대응한다면 소비자가 더욱 신뢰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현대 기아차#리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