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운 낯선 사람을 위해 값을 미리 지불해 놓는 커피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방식이다.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커피 값을 덤으로 내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노숙자와 실업자 등이 카페에 들어와 “서스펜디드 커피가 있나요?”라고 물은 뒤 누군가 미리 돈을 낸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 ‘착한 기부 커피’는 약 100년 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방에서 ‘caffe sospeso’(맡겨 둔 커피)라는 이름으로 전해 오던 전통에서 비롯됐다. 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2010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즈음해 이탈리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란 페스티벌 조직이 결성되면서 다시 이어졌다.
불가리아에서는 현재 150여 개 카페가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SNS에서는 ‘가장 뛰어난 인간성 운동’이란 칭송까지 생겨났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패션 컨설턴트 양서영 씨는 “불경기를 겪는 고된 일상에서 ‘과시하지 않는 절대 익명’의 작은 커피 선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이달 초 조국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커피 운동을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누리꾼들은 “훈훈한 실천이 우리나라에도 아름답게 뿌리 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부 모델을 찾아보자”란 고민도 나누고 있다. 또 “커피빈의 핑크 카드처럼 서스펜디드 커피 스탬프를 만들어 카페와 이용자가 함께 기부하자”, “커피보다는 밥 기부가 더 실질적이다” 등 다양한 기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착하면 복을 받을까. 적어도 서스펜디드 커피를 보면 그렇다. 나폴리에 본사를 둔 세계적 원두커피 회사 ‘킴보’는 원두 가격 상승과 불황에도 불구하고 2011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4.7% 늘었다. 이 회사는 오페라 ‘아이다’의 주인공이 커피 재배국인 에티오피아의 흑인 공주인 것에 착안해 라 스칼라 극장의 아이다 공연을 후원하고 서스펜디드 커피를 선보인 바 있다.
다른 커피 회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박찬경 스타벅스 코리아 홍보부장은 “당장 서스펜디드 커피를 실시할 계획은 없지만 커피가 영세 농가에서 재배되는 ‘사회적 음료’인 만큼 나눔의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착한 커피’ 이야기를 접하면서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자,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 재벌가 3세 유통회사 오너들의 모습이 씁쓸하게 오버랩됐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SNS가 ‘따뜻한 변화’를 이끄는 기부 브레인스토밍 공간이 되고 있으니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