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처의 국가 수호 리더십, 박 대통령의 모델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0일 03시 00분


1982년 4월 2일 영국령 포클랜드가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받았다.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군 통수권자로서 즉각 군함을 보내 영토 탈환을 명령했다. 그해 6월 14일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받아내기까지 어떤 남성 지도자보다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그가 8일 세상을 떠났다.

대처는 전쟁이 끝난 뒤 255명 전사자 가족 모두에게 자필로 위로의 편지를 보내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영국의 첫 여성 총리로서 남성 지도자를 능가하는 담대함에 모성적 리더십까지 보여줌으로써 대처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전쟁 협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철(鐵)의 여인’이라는 별칭만큼 그를 잘 표현한 말도 없다. 보수당의 첫 여성 대표를 맡고 난 뒤 그는 “정부의 첫 번째 의무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옛 소련이 비난하려고 그에게 ‘철의 여인’이라는 말을 붙여줬지만 그는 되레 최고의 선물이라며 반겼다. 국민 개개인이 국가의 억압 없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때 국가도 부강해진다고 믿은 자유의 수호자가 대처였다. 1951년 총선 때 26세의 젊은 후보로 나와 우리나라의 6·25전쟁을 언급하며 공산주의에 대항해 서구가 일어서야 한다고 역설했을 만큼 그는 일찍 공산체제의 허구성을 꿰뚫어 봤다.

대처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함께 소련을 붕괴시키고 냉전을 종식하는 데 기여해 20세기 세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아이콘이 됐다. 2300만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는 북한도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북과 대화할 때는 하더라도 맞서야 할 때는 누구보다 강하게 맞서는 리더십이 박 대통령의 롤 모델이 돼야 할 것이다.

그의 국정철학인 ‘대처리즘’은 ‘큰 시장, 작은 국가’가 핵심이다. 1970년대 저성장 고실업 고물가 파업 등의 ‘영국병’으로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어려웠던 영국 경제를 자유화 민영화 탈규제를 통해 살려냈다. 일각에서는 양극화를 심화하고 노동조합을 약화시켜 결국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국이 쇠락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애국심, 버는 것보다 더 써서는 안 된다는 국가경영 원칙은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한 덕목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성장이 절박한 오늘날의 유럽은 더 많은 대처리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년 반 동안 영국을 이끌며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운 대처는 타협하지 않는 제왕적 스타일 때문에 민심을 잃고 물러났다. 더 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점에서도 그는 교훈을 남긴 지도자였다. 삼가 대처 총리의 명복을 빈다.
#마거릿 대처#리더십#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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