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양국의 의료 환경을 똑같이 만드는 일명 ‘쌍둥이(twinning)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국내의 우수한 병원 의술 인력 등 의료시스템을 통째로 사우디에 수출하는 것이다. 사업 규모는 의료수출 사상 최대인 2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 ‘코리아 메디컬팀’을 만들어 ‘의료수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최대 결실이다. 또 다른 성과를 기대한다.
사우디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병원을 세우고 있으나 2800만 명의 인구와 2.6%에 이르는 인구 증가율에 비해서는 의료시설이 부족하다. 의사와 운영 노하우도 모자라 병원 운영을 미국 영국 독일 병원 등에 맡기고 있다. 그렇지만 위탁을 받은 병원들은 존스홉킨스대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처럼 간판만 유명할 뿐 실제 의료진은 개도국 출신이 대부분이고 의료 수준도 높지 않아 사우디 국민의 불만이 컸다. 사우디 보건장관은 “환자를 배려하는 한국 의료진의 마음과 성실한 근무태도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료수출은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서비스 정신과 결합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 한류(韓流)는 외국 환자의 국내 유치와 국내 병원의 외국 진출이라는 두 가지 경로로 이뤄진다. 외국 환자 유치는 태국이 연간 200만 명, 싱가포르도 60만 명이 넘는 데 비해 우리는 겨우 10만 명 선이다. 우리의 우수한 의료 수준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수다.
해외 진출은 지난해 3월 이전까지 70여 개 병원이 중국 베트남 등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철수했다. 의료기술은 뛰어나지만 개인병원들이 힘을 합친 정도여서 자금이 부족하고 진출국의 의료법과 문화에도 어두워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쌍둥이 프로젝트’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사우디 프로젝트는 의료수출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내법은 아직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비영리법인인 대형병원들이 해외 법인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의료법인은 해외 투자용 특수목적법인(SPC)도 세울 수 없다. 지금까지 개인병원 위주로 의료수출을 한 것도 그래서다. 병원 수출을 지원하는 법률을 제정해 ‘손톱 밑 가시’를 빼줘야 한다. 그래야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수출, 양쪽에서 모두 탄력을 받아 의료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의료 한류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신성장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