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가 1년을 맞았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11일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되고, 이틀 뒤 최고 실권기구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됐다. 아버지 김정일이 2011년 12월 17일 급사(急死)한 뒤 ‘4개월 상(喪)’을 치른 뒤였다. 북한은 현재 전시 상황을 선포해 놓고 있으나 평양 시내는 김일성 출생 101년(4월 15일·태양절)을 맞아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체제 1년의 최대 치적으로 올해 2월의 3차 핵실험과 지난해 1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꼽았다. “김정은 동지께서만이 안아올 수 있는 통쾌한 승리요, 우리 민족을 핵보유국 지위에 당당히 올린 민족의 대경사”라고 자화자찬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탓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자초했고, 결과적으로 더 고립된 국가로 전락한 사실을 모르는 것은 2400만 북한 주민뿐이다.
북한은 이것으로도 모자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을 시험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남북 경협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개성공단도 사실상 폐쇄했다. 세계는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김정은의 북한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오죽했으면 혈맹이라는 중국의 당 기관지 런민일보까지 “상황을 오판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겠는가. 세계에 더는 북한의 악행(惡行)을 편 들어줄 우군은 없는 것 같다.
스위스에서 4년간 공부한 유학파 김정은에게 우리는 북한의 개혁 개방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게 사실이다. 김정은은 신년사 등을 통해 “더이상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 “남북 간 대결상태 해소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김정은이 보여준 모습은 국제규범의 철저한 일탈(逸脫)이었으며, 김정일보다 더한 철권 통치였다. 보검(寶劍)이랍시고 핵무기나 움켜쥐고 미사일 개발에 목숨을 걸어서는 북한에 미래가 없다.
북한은 어제 우리 정부를 대표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촉구한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평화를 선택한다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돕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을 걷겠다는 결단을 내릴 때라야 적용할 수 있다. 김정은과 북한이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