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비자운동 빙자한 광고주 협박 다시는 없어야

2009년 6월 ‘언론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라는 단체가 광동제약에 대해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내는 광고를 철회하고 한겨레 경향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전화 공세를 조직적으로 벌였다. 언소주는 2008년 촛불시위 때 나타난 인터넷 카페인 ‘조중동 폐간운동 국민캠페인’이 탈바꿈한 단체다. 광동제약은 언소주의 협박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앞으로는 특정 언론사에 편중하지 않고 동등한 광고 집행을 하겠다”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대법원은 언소주의 김성균 대표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광고주에게 특정 신문에 광고를 내지 말라고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협박한 것은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운동이라도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할 때는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며 공갈은 소비자운동도, 언론운동도 아님을 분명히 했다.

언소주는 정관에서 소비자 권리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메이저 신문에 대한 공격을 일삼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동조중(동아 조선 중앙일보)의 논조를 바꾸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며 신문 구독 반대 운동을 벌이다 공격 대상을 광고주로 바꿔 전화 협박을 했다. 1, 2심에서 유죄가 내려지자 김 대표 등은 “소비자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협박으로 보고 강요죄를 적용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2010년 헌법소원까지 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2년 1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광고효과가 좋은 매체를 선택해 광고를 싣는 것은 기업의 경제적 자유다. 원하지 않는 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협박하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언소주의 행위는 언론과 광고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앞으로 어떤 정권, 어떤 정치세력이 등장하더라도 같은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