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무보수 명예직인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1990년대 들어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포기했다. 영국 지방의회가 오래 지켜온 무보수 명예직 전통을 깨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이외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도 지방의회 의원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취지에서다. 일본 지방의회 의원들은 1960년대부터 급여를 받기 시작했지만 유급 보좌관은 두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은 대부분 무보수 명예직이다. 어느 나라도 유급 보좌관을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내에 광역의회에 유급 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일단 광역의원 한 명당 유급 보좌관을 한 명씩 두고, 기초의회의 경우에도 단계적으로 유급 보좌관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는 올해 안에 광역의회 의원들이 유급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국 광역의회 의원 855명에게 유급 보좌관 1명씩을 두게 하고 보좌관 1인당 연봉 5000만 원을 지급한다면 연간 427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무실 등 부대 경비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소요될 것이다. 이 비용은 모두 주민 세금에서 나와야 한다. 가뜩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은 방만한 재정 운영을 일삼다가 최근 예산 부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유 장관이 지자체의 살림살이 실정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의심스럽다.
광역의회 의원들은 지방의회 설치 당시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지만 2006년 유급으로 바뀌어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광역의원들은 전임제가 아니어서 대부분 따로 직업이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지방의원 배지를 달고 소속 지자체의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사례도 있다. 지방의원들에게 해마다 수천만 원의 급여에다 유급 보좌관까지 두도록 하겠다는 것은 말 탄 김에 경마 잡히겠다는 발상이다. 광역의원들이 그동안 보좌관이 없어 제대로 일을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