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와 개성공단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한 지 오늘로 8일째다. 2003년 6월 착공한 개성공단은 공단 개설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가동이 모두 멈춘 상태다. 군사분계선 너머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209명의 우리 국민은 개성공단이 정상화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남한의 원자재와 식자재 보급을 막은 것은 3일부터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비상식량을 갖추고 있어 남한 인력들이 끼니를 거르는 사태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식자재 공급이 재개되지 않는 한 우리 측 인원들이 버틸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언제 우리가 남측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느냐”며 떠날 테면 언제든 떠나라는 태세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의 길로 몰고 간 쪽은 북한이라는 점에서 향후 벌어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하루속히 식자재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
우리 측 인원들이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개성공단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소속 기업의 생존을 지키고 생산 설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기업 직원들이 한번 개성공단을 떠나게 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약이 없다고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개성공단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7일, 중소기업중앙회 협상대표단은 22일 각각 개성공단을 방문하겠다고 신청했다. 우리 정부는 기업인들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존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를 남북관계 및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북한이 선뜻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할지 알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교활한 술책’이라며 거부의 뜻을 밝힌 북한이지만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일시 중지하고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한국 중국 일본이 일제히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제의한 만큼 북한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일의 유훈사업이며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