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진숙 장관, 대통령이 옳았음을 보여주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능력과 자질 논란을 빚어온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게 어제 장관 임명장을 수여했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에게 “자원 경쟁이 전쟁인 시대가 왔으니 해양수산부가 경쟁력을 갖도록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야당 지도부에 이어 상임위원회 간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윤 장관이 이 분야에 드문 인재라서 발탁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은 어제 채널A에 출연해 “(윤진숙 임명은) 안 된다는데 옹고집을 부리는 게 무슨 소통이냐”고 비판했다.

윤 장관이 1만3000여 명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나아가 해양수산부의 부활을 바랐던 해양 수산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윤 장관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인 위험 부담을 떠안고 임명한 장관인 만큼 업무를 통해 대통령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보다 훨씬 험하고 거친 국사(國事)를 처리하면서 윤 장관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해양수산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의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다.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는 결코 만만치 않은 여건에 놓여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해양 분야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면서 이 분야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해양강국 건설’을 선언하고 바다를 물류 관광 등 미래 산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양식 규모 27배, 수산물 총생산량 17배, 어선 수 13배인 중국에 맞서 고도의 전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수산물의 가격 급등을 뜻하는 ‘피시플레이션(fish+inflation)’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해양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일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 사이의 ‘칸막이’를 허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스스로 정무 능력 부족을 고백했던 윤 장관이 국회 청문회 때처럼 “모른다”는 반응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정치권에서는 그에 대한 장관 해임결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먼저 해임을 건의해 책임총리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한 여성의 잘못이 전체 여성의 잘못으로 확대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윤 장관이 장관 역할을 잘못 수행할 경우 전체 여성은 물론이고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까지 동반 추락할까 걱정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윤진숙#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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