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 김모 씨와 이모 씨가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는 인정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무원으로서 국정원법은 위반했지만 이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워 공직선거법은 적용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고소한 여직원 김 씨 외에 또 다른 직원 이 씨가 함께 활동한 사실을 밝혀냈다. 글 게시가 김 씨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두 직원의 상관인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은 출석요구에 불응해 조사하지 못하고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의 행위를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으로 보기에는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국정원 직원들이 글을 올렸다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천 건의 잡다한 글이 올라온다. 문제의 직원들이 4개월간 간간이 올린 100여 개의 글이 특별히 누리꾼의 눈길을 끌었다고 볼 수 없다. 심리정보국은 종북 여론의 확산을 차단하는 일도 맡고 있다. 두 직원이 인터넷에서 종북 여론 확산을 차단하는 심리전을 전개하다 국정원 직원의 한계를 잊고 정치 관련 글을 올렸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어제 경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송치함에 따라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에는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이른바 ‘지시 사항’과 관련해 시민단체 등이 국정원을 정치 개입 혐의로 고발한 사건, 반대로 국정원이 비밀인 ‘지시 사항’을 누출한 전직 직원들을 고발한 사건 등 국정원 관련 사건만 10여 건이 계류돼 있다. 채동욱 씨를 새 수장으로 맞은 검찰은 이 모든 사건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야 할 것이다.
남재준 신임 국정원장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 국정원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종북 좌파의 사이버 선전 선동에 대처하는 것과 특정 정권 홍보를 혼동하는 국정원이 돼서는 안 된다. 또 원장 지시 같은 비밀사항이 정치권에 통째로 흘러가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강도 다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