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어린이 성폭행범인 고종석,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술에 취해 어린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최근 수년간 발생한 아동 성폭행범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가정에서 방치된 상태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이다.
김수철은 “그동안 항상 심사가 뒤틀린 것은 부모도 없고 집도 없어 비가 오면 육교 아래에서 지내야 할 만큼 삶이 절망적이었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고 다니는 또래들이 부럽고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며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것은 불행한 가정환경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어린 시절 모르는 남자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고종석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 어머니를 잃고 이후 계모 아래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집안에서뿐 아니라 학교와 이웃집에서 돈과 물건을 훔치는 심한 도벽을 보였지만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자랐다. 그리고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부탄가스를 마시고 아동 포르노를 봤다. 스스로 마음을 주거나 의지하는 사람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다.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지냈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범죄자들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폭력적인 아버지와 사별이나 가출 등으로 어머니가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에서(87%), 부모에 의해(83.1%) 일어난다.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2011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피해 어린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23.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중학생이 21.7%로 많았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훈육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욕설과 폭행뿐 아니라 벌거벗겨 내쫓고, 좁은 방에 혼자 가두어 두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일을 시키는 등의 정서적 학대가 최근에 많이 드러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2011년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아동학대 중 학대당한 영유아의 수가 5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유아시기에 경험한 학대는 아이의 정상적 발달을 해칠 뿐 아니라 나머지 인생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종석, 김수철, 김길태 등의 예에서 보듯이 아동학대 경험이 훗날 성범죄의 싹을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어린 시절 성적인 학대나 신체적 학대를 당한 피해자는 자라서 성폭력을 포함한 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른바 ‘학대 피해자-가해자 가설’(victim-offender hypothesis)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이론이다. 특히 어린 시절 성적인 학대를 당한 피해자는 자라서 아동 성폭행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어린 시절 신체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하면 피해아동은 자신을 가해자와 동일시하게 된다. 이런 적대적인 동일시를 통해 피해경험이 있는 가해자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보복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한편 어린 시절에 성적 학대를 당하면 성적으로 더 조숙해진다. 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친구들에 비해 자위행위를 더 빨리 시작하고 사춘기에 나타나는 2차 성징도 더 빨리 나타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열쇠는 무엇일까. 그 해결책으로 이웃에 대한 관심, 사회 안정망 강화, 사회 양극화 해소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예방이야말로 성범죄를 포함한 미래의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아동학대는 더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학대를 방치하면 사회적 폭력으로 발전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일단 아동학대가 발생한 후에도 초기에 적극 개입하여 피해 아동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포함한 적절한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훗날 가해자가 되는 연결고리의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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