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택동]‘미국의 치부’ 관타나모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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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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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국제부 차장
장택동 국제부 차장
“나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11년 3개월 동안 갇혀 있습니다. 나는 기소되지 않았고, 재판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나는 다시 가족들과 살 수 있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래서 두 달 넘게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을 때까지 먹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독자투고란에 실린 이 글은 예멘 출신의 사미르 나지 알하산 무크벨 씨(35)가 변호인을 통해 보낸 것이다. 무크벨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00년 ‘예멘에서 일하는 것보다 한 달에 50달러(약 5만6000원)를 더 벌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군이 아프간을 공격하자 파키스탄으로 몸을 피했다가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원’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돼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졌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현재 166명이 수감돼 있다. 이 가운데 86명은 미국 정부가 ‘혐의가 없다’고 밝힌 사람들이고, 48명은 ‘기소할 수는 없지만 풀어주기에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29명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혐의는 포착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수감자 중 범죄혐의가 드러난 사람은 단 3명뿐이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2002년 1월부터 관타나모 수용소에 ‘테러 연루자’들을 수감하기 시작했다. 관타나모 수용소 운용의 불법성과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고문 등이 문제가 되자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는 관타나모 폐쇄를 약속했다. 실제 그는 취임 직후 관타나모 폐쇄 명령을 내렸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의회가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도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신설했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 전담 특별대표직을 올 1월 폐지했다.

이에 관타나모 수감자 40여 명은 2월부터 단식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예전에는 수감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대한 항의로 집단행동을 했지만, 지금은 절망감 때문에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권’과 ‘법치’는 미국이 신봉하는 핵심 가치들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비난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관타나모는 미국의 윤리적 치부”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데도 11년 넘게 인권과 법치가 침해되는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9·11테러의 상처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미국이 혐의가 없거나 불분명한 외국인들을 감금해 둘 권리는 없다.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기부터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관타나모에 얽힌 모순을 미국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미국의 상식과 양심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장택동 국제부 차장 will71@donga.com
#미국#관타나모 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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