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어제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300명 이상 민간 사업장, 공기업, 지방 공기업에 적용되고, 2017년부터 국가기관과 모든 기업으로 확대된다. 이번 개정안은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정년 연장의 틀을 마련하고 시행 대상과 시점을 합의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한발 진전된 내용이다.
저(低)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와 늘어나는 고령자의 복지 수요를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더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터주는 일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영국은 능력이 아니라 나이로 정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연령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점차적으로 65세까지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퇴직 시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도 정년 연장은 필요하다.
여야는 이번 개정안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임금피크제(특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깎는 제도)와 같은 구체적인 조치는 명시하지 않았다. 앞으로 노사 간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불씨를 남긴 셈이다. 노조 측은 임금 삭감이 없는 정년 연장을 원하지만 재계는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부담과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가 서로 다른 셈법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가 정년만 늘리고 급여는 지금처럼 받겠다고 나서게 되면 어렵게 물꼬를 튼 ‘60세 정년’은 안착하기 어렵다. 노조는 임금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일자리를 지키고 정년을 늘리는 전체 생애 소득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일본이 4년 유예를 조건으로 1994년 60세 정년 의무화를 발표할 당시 일본 기업의 84.1%가 60세 이상의 정년 제도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평균 정년이 57.4세,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둔 비율이 23.3%에 불과하다. 300인 미만 사업장 5곳 가운데 1곳만이 정년 제도를 갖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3, 4년 후 60세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요한다면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보완 대책이 요구된다.
한국 기업은 근무 연수 등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연공서열(年功序列)식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 20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의 임금이 1년 미만 근로자의 갑절이 넘는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임금 차이가 1.2∼1.5배로 크지 않다.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자가 많아지면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무와 성과를 중시하는 임금체계를 정착시키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재취업과 재고용을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일하는 60세 현역시대를 만들려면 노조와 기업 등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자기 이익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