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집단국을 신설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을 폐지했다. 재계에서 이 부서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반발하자 없앤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행위와 총수 일가의 부당한 세습을 제대로 막으려면 대기업을 따로 감시하는 별동대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8년 만에 사실상 부활하는 이 조직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정예인력 30∼40명을 집중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사국을 폐지할 당시 노무현 정부는 재벌 규제와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 부서를 통폐합해 시장감시본부와 카르텔조사단으로 재편했다. 시장감시본부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 사이의 부당 내부거래 규제 업무를 맡도록 하고, 카르텔조사단은 대기업 담합 행위를 조사하게 했다. 지금도 조사국이라는 이름만 사라졌을 뿐 공정거래위원회 내에 여러 부서가 대기업 관련 업무를 나누어 맡고 있다. 그동안 조직이 없어 대기업 조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얘기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규정을 멋대로 들이대며 바닥부터 샅샅이 뒤지는 조사를 벌여 재계의 불만을 샀다. 경제계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란 말을 들을 정도였다. 정부는 이 조직을 노무현 정부 때 왜 없앴는지부터 짚어보아야 한다. 경제민주화 분위기를 타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포장만 달리한 채 조사국을 부활시키는 것은 경제와 관련된 규제를 최대한 풀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정 방향과도 상치된다. 재벌의 반칙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본부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감사원 검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